명절에 본가에 갔더니 못 보던 정수기가 놓여 있습니다. 얼마인지 여쭤보면 월 얼마 안 한다고만 하십니다. 계약서를 찾아보면 없거나 어디 뒀는지 모르십니다. 흔한 장면이고, 통계도 같은 방향을 가리킵니다. 고령 소비자 렌탈 피해의 가장 큰 원인은 제품 성능이 아니라 계약 시 설명이 충분하지 않았던 것입니다.
어디에서 문제가 생기나
한국소비자원이 집계한 2020년 1월부터 2023년 6월까지 60세 이상 소비자의 정수기 렌탈 피해구제 신청은 195건입니다. 원인별로 보면 계약 시 정보제공 미흡이 74건(37.9%)으로 가장 많고, 계약불이행 49건(25.1%), 품질불만 33건(16.9%), 부당행위 22건(11.3%) 순입니다.
| 세부 유형 | 건수 | 비중 |
|---|---|---|
| 의무사용기간·계약기간 안내 미흡 | 22건 | 29.7% |
| 설명과 다른 월 이용요금 청구 | 19건 | 25.7% |
| 사전 고지 없는 설치비·철거비 청구 | 16건 | 21.6% |
세 유형 모두 계약 당일 몇 분이면 확인할 수 있는 항목입니다. 뒤집어 말하면, 가족이 곁에서 이 세 가지만 짚어도 피해의 상당 부분이 걸러집니다.
계약 직후라면 아직 되돌릴 수 있습니다
방문판매나 전화권유판매로 체결한 렌탈 계약은 계약서를 받은 날부터 14일 이내에 청약철회를 할 수 있습니다. 설치가 늦었다면 제품을 공급받은 날이 기산점입니다. 계약서에 청약철회 안내가 없었다면 철회가 가능함을 안 날부터 14일로 기산점이 늦춰지고, 사업자가 철회를 방해했다면 방해가 끝난 날부터 다시 14일이 주어집니다. 표시·광고 내용과 실제가 다르면 공급일부터 3개월 이내 또는 그 사실을 안 날부터 30일 이내에 철회를 주장할 수 있습니다.
- 철회 의사는 전화보다 기록이 남는 수단으로 전합니다. 내용증명, 앱, 이메일, 문자가 모두 해당합니다.
- 계약서 원본이 없으면 사업자에게 사본 교부를 요청합니다. 교부 여부가 기산점에 영향을 줍니다.
- 설치 기사가 남긴 설치확인서와 서명 여부를 확인합니다.
- 구두로 들은 약속은 문자로 다시 확인받아 둡니다.
렌탈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
공정거래위원회와 한국소비자원은 2025년 3월 상조 결합상품 피해예방주의보를 발령했습니다. 정수기 렌탈 계약으로 알고 가입했으나 실제로는 상조 결합상품이었고 해제 시 64.7%만 환급된 사례, 200개월 납입 구조에 해지하려 하자 가전 대금 300만원 반환을 요구받은 사례가 함께 공개됐습니다. 2022~2024년 상조 관련 소비자상담은 8,987건, 피해구제 신청 477건이며 그중 계약해제 관련이 64.4%였습니다. 적금, 만기 100% 환급, 사은품이라는 단어가 나왔다면 계약서에 상조 계약이 별도로 붙어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.
가족 점검 체크리스트
- 계약서 실물 또는 사본이 집에 있는지 확인합니다. 없으면 사업자에게 교부를 요청합니다.
- 계약서에서 의무사용기간과 계약기간을 각각 찾아 몇 개월인지 적습니다.
- 통장이나 카드 명세에서 매달 빠져나가는 금액이 안내받은 요금과 같은지 확인합니다.
- 등록비·설치비·철거비가 얼마이고 언제 청구되는지 계약서에서 찾습니다.
- 상조·적금·만기 환급이라는 단어가 계약서에 있는지 확인합니다.
- 계약일로부터 14일이 지나지 않았다면 철회 가능 여부를 먼저 판단합니다.
- 명의자가 부모님 본인인지, 서명이 본인 필체인지 확인합니다.